자유로운 소감 발표는 토론 참가자들이 그 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이다. 권투 경기를 보면 1회전 공이 울리자마자 치고받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링을 슬슬 돌며 상대방을 향해 가볍게 잽을 날려보며 서로 기 싸움도 벌이고, 상대방의 전력도 탐색을 펼친다. 자유로운 소감발표도 토론자들끼리 가볍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난타전을 펼치기에 앞서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가볍게 책에 대한 생각을 말하면 된다.

  자유로운 소감에서 소감이란 ‘마음에 느낀 바’를 뜻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그 감상평을 얘기하는 것도 소감일 수 있고, 특정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소감일 수 있다. 사실 독서감상문 또는 독후감이라는 것은 소감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흔히 누군가 “그 책 어땠어?”라고 질문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소감이다. 그런데 막상 대답을 하려고 하려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무엇을 대답해야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소감에서 ‘자유’는 특별한 형식과 내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오늘 토론할 책에 관한 내용이라면 어떤 형식이든 관계치 않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또 막상 맘대로 하라고 하면 전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유로운 소감 발표의 대표적인 유형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주의할 것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며, 정해진 규범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더 다양한 형식, 내용을 가지고 소감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유로운 소감 발표는 기본적으로 참가자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다만 이미 앞사람이 자신의 소감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면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고 공감을 표시하거나, 다른 부분, 다른 형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토론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할 것이다.

  자유로운 소감 발표는 커다랗게 다섯 가지 정도의 유형이 있다. ①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하기 ② 등장인물의 행동, 선택 또는 특정 장면에 대한 자신의 판단 이야기하기 ③ 책과 관련된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 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하기 ④ 책 또는 저자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 공유하기 ⑤ 책에 대해 평가하기 등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보자.

  ①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하기는 말 그대로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다만 장면 자체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왜 인상적인지 부연설명을 하면 된다. 인상적이라는 말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을 뜻한다. 그 책 하면 떠오르는 장면을 붙잡아 얘기하면 된다. 인상에 남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수 있다. 아주 재미있어서, 너무 슬퍼서, 감동적이어서, 끔찍해서, 터무니없어서, 환상적이어서, 긴장감 넘쳐서 등 어떤 이유든지 상관이 없다. 자신의 마음에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그 이유와 함께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몽실언니를 가지고 시범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전 몽실언니를 읽으며 몽실이가 새아버지 김쎄에게 떠밀려 다리를 다치는 장면이 참 가슴에 남습니다. 그 어린 것을 어떻게 떠밀어서 다치게 할 수 있을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또 그 엄마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한편으로는 밀양댁에 대한 원망도 컸습니다. 어쩌자고 몽실이를 그런 상황으로 몰아 넣었는지 참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한숨만 나옵니다.”

  “전 꽃 파는 소녀의 당찬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동정을 받기 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그 당당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울러 그 소녀를 보며 몽실이가 결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애쓰는 몽실이가 그 일로 상처 받기보다는 본받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 몽실언니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그 장면에서는 아픔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