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시작하는 말을 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것들을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일부러 나눠서 설명한 것이다. 현장에서 실제 시작하는 말은 지금처럼 따로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종합 구성해서 하게 된다. 종합해서 하라고 하면 ① 날씨, 계절 인사 ②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 ③ 책의 주제 또는 책 내용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 ④ 한자성어, 속담, 명언, 감동적인 일화 ⑤ 작가 소개 및 간단한 책 내용 소개 등을 다하라는 것이냐며 아이들이 겁을 먹는다. 종합 구성한다는 것은 모두 다 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러 방법들 중 그날 상황과 책에 따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 중 한 가지만 할 수도 있고 조금씩 다 할 수도 있고 두세 개를 선택해서 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 따라서 성취감이 낮은 아이는 맘대로 하라고 하면 보통 날씨, 계절인사 한 가지만 하기 쉽다. 반면 의욕이 높은 아이는 또 모두 다 하려고 해서 자칫 시작하는 말이 너무 길어서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지도가 달라져야겠지만 보통 종합해서 시작하는 말 하기는 두 가지 정도 이상을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이 무난하다.

  역시 먼저 적절한 시범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때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따로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다양한 조합의 사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요즘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옵니다. 그래서 해 구경하기가 어렵네요. 어머니께서는 빨래가 안 마른다고 걱정이 크십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지 못해서 불만이 많겠지요? 하지만 곧 장마가 끝나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쬘 것입니다. 그와 함께 여름방학도 시작되겠지요. 여러분들은 올 여름방학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전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배워볼 생각입니다.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름방학 즐겁게, 유익하게 보냈으면 좋겠네요. 그럼 지금부터 몽실언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전 토론 사회를 맡은 홍길동입니다.”

  ① 날씨, 계절 인사와 ②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를 연결하여 시작하는 말을 한 경우이다. 다음은 ②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와 ③ 책의 주제 또는 책 내용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를 결합한 예이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참 기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두 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이라 더욱 기쁩니다. 세계 언론인들은 한국인의 끈기와 뚝심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어려움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토론할 책 ‘몽실언니’의 주인공 몽실이에게서도 바로 그런 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몽실이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면서도 배 다르고, 씨 다른 동생들을 돌보며 어떻게든 살아갑니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결코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구걸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 몽실이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몽실언니 토론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토론 사회자 홍길동입니다.”

  영국의 정치가이며, 문필가로서도 이름을 날린 필립 체스터필드(Philip Chesterfield)는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이 폭풍우를 헤치고 항해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시냇물을 건너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로 그렇다. 아무리 시범을 보아봤자 직접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들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안 된다. 그래서 자꾸 자신이 몸을 부딪쳐서 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뭐가 되는지? 어떤 점이 안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아이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도 분명해질 것이다.

  시작하는 말을 할 때 그 내용 못지않게 사회자가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토론이라는 항해를 지휘하는 선장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든 진행의 권한이 있음을 강조해주고, 또 참석한 토론자들에게 발언권을 줄 수도 있고, 제지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있음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자신감은 눈빛에서 나온다. 사회자가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살필 일이다. 토론자들과 눈을 마주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고개를 떨어뜨리지 말고 똑바로 세워야 한다. 목소리도 일부러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일은 바로 긴장감을 낮춰야 한다. 소심한 아이의 경우 사회자 자리에 서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여러 차례 사회를 보는 경험을 통해서 그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몇 차례 시작하는 말을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말에 이어서 토론자들이 자유로운 소감발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나머지는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