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연구회 :::

독서에도 시식이 필요하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5 10:31:13
대형마트를 찾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시식코너’가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감질나게 하지만 만두 반 조각, 삼겹살 한 점, 미니 컵에 담긴 스파게티 모두 우리의 손길을 잡아 끈다.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왜 공짜로 사람을 써서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맛에 이끌려 사기도 하고, 맛본 것이 미안해서 다른 제품 살 것 시식한 상품을 사기도 한다. 그리고 당장 사지 않더라도 부채심리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그 제품을 사게 되어 있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자신의 제품을 홍보했다는 점에서 ‘시식코너’는 결코 막무가내로 퍼주는 장사는 아니다. 이런 ‘시식코너’를 문화마케팅에 적용해서 대박을 낸 사례가 있다. 바로 정동극장 [정오의 예술무대]이다. 1998년 정동극장 대표였던 홍사종씨가 관객창출 일환으로 낸 아이디어였다. 도심 사무실 가에 위치한 정동극장의 특성을 살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이용해서 가벼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홍사종씨가 노린 것은 [정오의 예술무대] 자체가 아니었다. 그 30분간의 공연을 체험한 직장인들이 저녁공연 시간대 정식 공연관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 것이었고 그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동 정오무대]라는 이름으로 아예 직장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등 관객창출에 적극적이었다. 홍사종씨가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 시음회를 통해서 한 음료의 단골고객이 된 것을 자신의 일에 그대로 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교육에서도 바로 이런 ‘시식코너’의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미 적용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한다고, 흥미 없어 한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시식전략이다. 영화관에서도 예고편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것처럼 독서 도입단계에서 맛보기를 아이들이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아이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스스로 책 읽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처음 시작 부분을 함께 읽어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나머지는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손님이 와서 자신의 상품을 사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음, 시식회를 통해서 맛보게 함으로써 구매를 촉진시키듯이 아이에게 책의 일부분을 읽어줌으로써 아이가 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바로 맛과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음, 시식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지는 않는다. 맛이 없고, 질이 떨어지면 오히려 시음, 시식회는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책도 좋지 않은 책, 재미없는 책이라면 아무리 먼저 읽어줘 봤자 아이 혼자 그 책을 감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성공확률이 결코 100%이지 않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음, 시식을 하지만 그 중 일부만이 상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 일부도 크다는 사실이다. 즉 책을 맛보기로 읽어줄 때마다 아이가 그 책을 모두 다 자발적으로 읽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10권 중에 한두 권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식코너’, ‘이동정오무대’를 독서에 적용시킨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시민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책읽어주기운동’이다. 학교, 도서관 등으로 찾아가서 2~30분동안 한두 권의 책을 읽어주는 운동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마트에서 음식을 시식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시독(?)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아이들이 훌륭한 독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책읽어주기운동’을 교사들이 보다 적극 나서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교사들이 교과를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각종 업무 처리에 바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먼저 읽어주는 일은 참 보람된 일일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음, 시식을 하면서 눈살 찌푸리게 되는 일 중 하나는 지나치게 구매를 강요해서 부담을 주는 행위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과 책과 다리를 연결해준 것이다. 이제 그 다리를 건너 책에 도달하느냐 마냐는 순전히 아이들 몫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강제로 끌어다 책에 이르게 한다면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모르지만 결국 아이는 나중에는 다리를 놓는 일 자체를 거부할 것이다. 아무쪼록 책과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먼저 맛보기로 책을 읽어주고, 또 선생님들이, 도서관 사서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숙한 독자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

독서에도 시식이 필요하다.

글쓴이 : 선생님 (sunbee70)

등록일 : 2011-05-25 10:31:13

대형마트를 찾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시식코너’가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감질나게 하지만 만두 반 조각, 삼겹살 한 점, 미니 컵에 담긴 스파게티 모두 우리의 손길을 잡아 끈다.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왜 공짜로 사람을 써서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맛에 이끌려 사기도 하고, 맛본 것이 미안해서 다른 제품 살 것 시식한 상품을 사기도 한다. 그리고 당장 사지 않더라도 부채심리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그 제품을 사게 되어 있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자신의 제품을 홍보했다는 점에서 ‘시식코너’는 결코 막무가내로 퍼주는 장사는 아니다.

이런 ‘시식코너’를 문화마케팅에 적용해서 대박을 낸 사례가 있다. 바로 정동극장 [정오의 예술무대]이다. 1998년 정동극장 대표였던 홍사종씨가 관객창출 일환으로 낸 아이디어였다. 도심 사무실 가에 위치한 정동극장의 특성을 살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이용해서 가벼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홍사종씨가 노린 것은 [정오의 예술무대] 자체가 아니었다. 그 30분간의 공연을 체험한 직장인들이 저녁공연 시간대 정식 공연관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 것이었고 그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동 정오무대]라는 이름으로 아예 직장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등 관객창출에 적극적이었다. 홍사종씨가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 시음회를 통해서 한 음료의 단골고객이 된 것을 자신의 일에 그대로 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교육에서도 바로 이런 ‘시식코너’의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미 적용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한다고, 흥미 없어 한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시식전략이다. 영화관에서도 예고편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것처럼 독서 도입단계에서 맛보기를 아이들이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아이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스스로 책 읽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처음 시작 부분을 함께 읽어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나머지는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손님이 와서 자신의 상품을 사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음, 시식회를 통해서 맛보게 함으로써 구매를 촉진시키듯이 아이에게 책의 일부분을 읽어줌으로써 아이가 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바로 맛과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음, 시식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지는 않는다. 맛이 없고, 질이 떨어지면 오히려 시음, 시식회는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책도 좋지 않은 책, 재미없는 책이라면 아무리 먼저 읽어줘 봤자 아이 혼자 그 책을 감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성공확률이 결코 100%이지 않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음, 시식을 하지만 그 중 일부만이 상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 일부도 크다는 사실이다. 즉 책을 맛보기로 읽어줄 때마다 아이가 그 책을 모두 다 자발적으로 읽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10권 중에 한두 권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식코너’, ‘이동정오무대’를 독서에 적용시킨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시민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책읽어주기운동’이다. 학교, 도서관 등으로 찾아가서 2~30분동안 한두 권의 책을 읽어주는 운동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마트에서 음식을 시식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시독(?)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아이들이 훌륭한 독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책읽어주기운동’을 교사들이 보다 적극 나서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교사들이 교과를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각종 업무 처리에 바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먼저 읽어주는 일은 참 보람된 일일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음, 시식을 하면서 눈살 찌푸리게 되는 일 중 하나는 지나치게 구매를 강요해서 부담을 주는 행위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과 책과 다리를 연결해준 것이다. 이제 그 다리를 건너 책에 도달하느냐 마냐는 순전히 아이들 몫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강제로 끌어다 책에 이르게 한다면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모르지만 결국 아이는 나중에는 다리를 놓는 일 자체를 거부할 것이다.

아무쪼록 책과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먼저 맛보기로 책을 읽어주고, 또 선생님들이, 도서관 사서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숙한 독자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